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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대기오염 주범?...지구 더워지면 가능해져

미국 미시건주립대

40년 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나무가 자동차보다 더 많은 대기오염을 일으킨다는 주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는 오늘날 이같은 주장의 일부는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건주립대 연구팀이 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A)’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참나무와 포플러 나무에...

 * 고양이 후각 비결 알아냈다…'고성능' 기계와 유사
 * "영구동토층 융해는 기후변화의 명백한 증거"
 * 기후변화로 '이중고' 호흡기 환자들
 * 스마트폰 '인덕션' 카메라 렌즈, 하나로 합쳤다


 * #우리말
   
   기술패권 시대 우리말 [기술패권 시대 우리말] ⑤풀어드립니다…SMR·선진원자력시스템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기상 재해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우주개발, 양자컴퓨팅, 챗GPT 등 첨단 과학기술도 어느새
   피부로 체감할 정도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과학기술 중심의 패권 경쟁을 선도하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는 다양한 전문용어는 국민들이 편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국어...
    * 한국이 개발한 소형 원자로 '스마트' 해외 진출 '청신호'
    *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이용해 미세먼지 촘촘히 측정하는 인증표준물질 개발


 * #후쿠시마
   
   후쿠시마오염수 방류 日 오염수, 10월 전후 2차 방류 예상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1차 방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오염수 2차 방류는 10월 전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달
   24일 후쿠시마 원전 K4탱크에 저장돼 있던 오염수를방류하기 시작한 일본 도쿄전력이 11일 1차 방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10일 K4
   탱크로부터 오염수를 이송하는 작업을 중지했고, 11일 오염수 이송라인에 남아있던 물을 씻어내면서 방류를 마무리했다. 1차 방류에서 방출된
   오염수는 총 7788톤(t)이다. 도쿄전력은 12일부터 상류수조의 물을 비우고 벽면, 바닥면 등 내부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 착수한다.
   박구...
    * 후쿠시마 오염수에 실린 삼중수소…"4~5년 뒤 우리 바다 본격 유입"
    * 물고기가 작아진다..."이미 시작된 '인류세'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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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기원NOW] 강이연 KAIST 교수, 한국인 최초 시카고 ‘아트 온 더 마트’ 초청 外
   
   
   ■ KAIST는 강이연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대 디지털 아트 플랫폼인 미국 시카고 ‘아트 온 더 마트’에 초청
   받았다고 6일 밝혔다. 강 교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인 ‘온리 인 더 다크’를 이곳에 전시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애니메이션, 실사 영상, AI 구현 이미지를 복합적인 미디어아트로 표현해 인류가 직면한 환경 문제, 불가해한 AI와 인간 등의
   사회적 담론을 담았다. 강 교수 연...
   
   2023.10.06 17:22

 * [사이언스게시판] 2023년 캔위성 경연대회 시상식 개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2023년 캔위성 경연대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캔위성 경연대회는 학생들이 우주 분야 기본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음료수 캔 크기의 교육용 모사위성을 설계, 제작, 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회다. 과기정통부는 2012년부터 매년 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슬기부(고등부) 45팀, 창작부(대학부) 19팀이 참가해 최종적으로 각 5팀씩 총 10팀이 선정됐다. 슬기부
   최우수상은 녹조 확산을 예측하고 방제데이터 제공 ...
   
   2023.10.06 17:11

 * 조승래 “정부·여당 말 뒤집기에 우주항공청 불발”...R&D 놓고 견해차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우주항공청 특별법 심의는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종료됐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원내지도부 사퇴로
   연기된 심의가 연구개발(R&D)을 놓고 벌어진 의견 차로 또 다시 결렬되며 사실상 연내 우주항공청 설립은 어렵게 됐다. 이날 여야는
   우주항공청장으로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를 임명하는 문제, R&D 수행 여부 등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청장은 외국인 등을 임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R&D 직...
   
   2023.10.06 11:37

 * 국내 우주 스타트업, 민간 위성 발사 전 수출 계약 결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통해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위성정보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항우연은 국제우주대회(IAC)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국내 우주 스타트업 ‘텔레픽스’가 폴란드 위성개발 스타트업 ‘샛레브
   S.A’와 위성정보 제공 계약을 맺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텔리픽스는 내년 상반기 발사 예정인 6U(유닛)급
   초소형위성 ‘블루본&r...
   
   2023.10.06 10:51

 * 국제공동연구진 "일본 오염수 인체 영향 미미"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K4탱크에 저장돼 있던 오염수의 2차 방류를 5일 시작했다. 지난 달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각각 2차 방류 대상인 오염수에 대한 시료 분석 결과 삼중수소(트리튬) 농도 등이 배출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확인한 데 따른 방류
   조치다. 오염수의 지속적인 방류를 놓고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짐 스미스 영국 포츠머스대 환경대 교수가 이끈 영국·호주 국제공동연구팀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 환경과 인체에 악영향을...
   
   2023.10.06 09:45

 * 새로운 양자컴퓨터 초읽기…국내 연구진 주도 ‘전자스핀 양자비트' 개발
   
   
   국내 연구진이 이끈 국제연구팀이 기존 양자컴퓨터와 설계 방식이 다른 새로운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질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인 1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양자비트(큐비트)를 사용하는 '양자비트 플랫폼'이다. 양자비트 간 정보교환에
   필요한 상호작용을 조절하기 용이해 양자비트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자비트 플랫폼이란 양자컴퓨터가 사용하는 정보
   기본단위인 큐비트가 구현되는 환경을...
   
   2023.10.06 09:00

 * 30대에 2형당뇨 진단 받으면 기대수명 '14년' 줄어든다
   
   
   30대에 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기대수명이 14년이나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젊은 시기에 발병해
   오랫동안 병을 겪는 동안 다른 합병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진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당뇨병 진단을 받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고 강조하며 일찍부터 생활습관을 통해 병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티븐 캡토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연구팀은 30대 젊은
   당뇨병 환자는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 위험이 일반...
   
   2023.10.06 06:30

 * 답보 상태 '우주항공청법'...외국인청장·항우연 위상 놓고 갈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우주항공청특별법 심의를 위한 안건조정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여야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산회가 선포됐다. 지난 4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넘겨진 뒤 6개월가량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항공우주청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또 다시 표류 위기에 놓였다. 여야는 이번 회의에서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 우주항공청장을 임명하는 규정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
   
   2023.10.0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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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자신의 잘못 인정할 줄 알아야 '진짜어른'
   나이가 들수록 아무나 붙잡고 묻지도 않은 조언을 하거나 꼰대질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연장자로서 경험과 지혜가 많아 보여야 한다는 모종의
   압박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사람들 앞에서 어른으로서의 권위를 보여야 한다며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하고 틀려도 절대 굽히거나
   사과하지 않는 모습에도 일면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 또는 체면을 생각하는 마음이 숨어 있다. 꼰대질은 나이를 헛되게 먹은 것이 아니며 그간
   많은 내공을 쌓았다는 과시와 자기 확인이 이루어지는 통로인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오만한 사람보다 겸손한 사람들을
   좋아하며 특히 자신이 틀렸음을 재빨리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르시시즘이
   강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모든 공을 자기에게로 돌리는 사람보다 자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존중할 줄 알고 타인에게도 공을 돌릴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을 훨씬 더 좋아한다. 흔히 가장 싫은 유형의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물어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기적이고, 겉과 속이
   다르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을 꼽는다. 대화를 나눌 때에도 끝없이 자기 자랑만 앵무새처럼 떠드는 사람과의 대화는 지루하고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반면 상대방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높은 만족감을 준다. 그래도 뭔가 지식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좋을 것 같다. 짧은 지식이 탄로나는 상황이 되면 그 나이 되도록 그런 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받을
   것만 같아 식은땀이 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심리학자 알렉스 휴인(Alex Huynh) 등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지적 영역에
   있어서도 자신이 항상 옳을 수는 없으며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시인할 줄 아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게 얼마나 많은지
   떠벌리는 사람보다 자신은 모르는 것이 많으며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시인하는 사람을 더 인간적으로 따뜻하며 유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살면서 어떤 어른들에게 감명을 받았는지 떠올려 보면 객관적 지식을 끊임없이 열거하거나 자신의 사회적 체면, 권위를 내세우려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럼 없이 시인하고 자신보다 어린 사람으로부터도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무작정 가르치려고 들기보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배울 점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진짜 어른’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또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좋았던 시절을 돌아보며 과거를 미화하거나 아직 과거의 기준에 갇힌 채 현재를 바라보는 오류를 종종 저지르곤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과거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있듯, 과거를 살았던 사람 또한 현재를 살고 있는 보다 젊은 사람들을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경험을 통한 배움은 위아래로 높게 쌓인다기보다 옆으로 넓게 쌓이는 종류의 것이어서 아무리 오래 살았다고 해도 고만고만한 환경에서 고만고만한
   경험만 하고 살았다면 얼마든지 좁은 식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일례로 나이가 꽤 있지만 부유한 사람들 틈에서만 살아서 구직난이나 생계
   곤란을 겪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평생 코끼리 코만 만지고 살았다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코끼리에게는 사실 다리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작은 식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코끼리의 다리와 꼬리를 만져본 사람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수 밖에 없다. 나이를 불문하고 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의 양은 매우 한정적이다. 나의 지식 또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통해 배우는 것만이 조금이나마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Alex C. Huynh & Rosalva A. Romero Gonzalez (2023) The fine line between
   intellectual humility and arrogance: Perceiving humility among the
   intellectually humble and narcissistic,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DOI: 10.1080/17439760.2023.223045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2023-09-27 10:59:15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실천 없는 '무지성' 믿음은 해롭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거나 잘 될 거라고 생각해야 실제로 잘 된다는 등 많은 대중서와 자기계발 연사들이 긍저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이렇게 나의 내적 사고방식이 외부 세계로 전달되어 어떤 실체가 있는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은 생각보다 흔히
   나타난다. 예컨대 내가 경기를 보면 꼭 지니까 안 보겠다고 하는 것이나 행운의 색깔 등에 대한 믿음, 어떤 우주적 ‘기운’에 대한 믿음과
   내가 그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하는 믿음 등 많은 이들이 ‘마음’에 어떤 초자연적인 효과가 생각하는 듯한 경향을 보인다. 물론 긍정적인
   믿음이 어떤 자기 예언적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컨대 자신은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으며 사람들은 모두 다 자신을
   싫어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만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어차피 해도 안 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존재하고 나와 잘 맞는 사람도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내가 노력을 해본다던가 새로운 기회나 잘 맞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처럼 실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간절히 바라기만 하면 꿈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실천’과 멀리 떨어진 긍정적 사고는 되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퀸즐랜드대의
   연구자 루카스 딕슨과 동료들은 이렇게 단지 믿는 것만으로 어떤 결과를 실체화 시킬 수 있다는 믿음(belief in
   manifestation)에 대한 연구를 했다. 실체화에 대한 믿음을 측정하는 문항들은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열심히 떠올리면 실제로
   성공이 더 가까워진다”,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함으로써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 “내가 간절히 원하면 신이나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돕는다”, “나의 영혼과 내가 가진 긍정직인 기운들이 성공을 끌어당긴다” 등이었다. 간절히 믿기만 하면 실제로 잘 될 거라는 믿음을
   측정하는 문항들이었다. 이러한 실체화에 대한 믿음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미래에 자신이 성공할 확률을 더 높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존감 또한 더 높은 편이었다. 그런 한편 이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신중하고 이성적인
   사고방식보다 어떤 영감이나 충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기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평소 자극적이고 위험한 일에 끌리는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실제로 가상화폐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한 경험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또한 높은 위험 추구 성향와 충동성 때문인지 실체화에 대한 믿음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기”를 당한 경험 또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은 남들과 다르게 단기간 내에
   일확천금이나 엄청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또한 더 강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사업에서 망하거나 파산한 경험 또한 더
   많았다. 잘 될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믿음은 긍정적인 것을 떠나 다소 무책임해 보이기도 한다. 때에 따라 개인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어떤 영적인 파워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망한 거라고 현실적인 범위를 넘어선 일들마저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부작용 또한 있을 것 같다. 내가 충분히 간절하지 않아서 잘 안 된 거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은 실패의 진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행동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직 자신이 하면 잘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단 몇 달 만에 별 다른 준비도 없이 시작했다가 현실이 예상과 너무
   다르다며 곤혹스러워하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별 다른 준비도 없이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경험도 공부도 없이 그냥 자신감 하나로 밀어붙이던
   일이었기 때문에 옆에서 보기에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되려 자신이 망할 가능성은 0이라고 자신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데 자기가 하면 다 잘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사업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 큰 패착이었다. 어떤 믿음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려면
   거기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 목표 설정, 실패가 따라야 한다. 실천 없이 믿음만 가지고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느 날 기적같이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을 하든 항상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데 다 잘 될
   거라고만 생각하면 정작 작은 장애물 앞에서도 크게 당황할 것 같기도 하다. 믿음이 현실이 되게 만드는 것은 오랜 준비와 지난한 노력임을
   기억하자. Dixon, L. J., Hornsey, M. J., & Hartley, N. (2023). “The secret” to
   success? The psychology of belief in manifest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0146167223118116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2023-09-22 14:10:03
   


 * 강석기의 과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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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기의 과학카페] '오펜하이머'와 '반중력'
   지난달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한
   ‘오펜하이머’다. 외모만 보면 전형적인 이론물리학자로 보이는 오펜하이머가 어떻게 원자폭탄 개발을 목표로 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어
   단기간에 성공시킬 수 있었을까 늘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니 조직력과 추진력이 대단한 인물이었다. 특히 박학다식함을 무기로 각 분야 전문가들
   사이의 이견을 조율하고 다독이며 연구를 끌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반물질의 완전한 비전 제시 190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오펜하이머는 하버드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당시 막 정립되던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1929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부임해 미국에 양자역학을 소개한 인물이다. 그러다 1942년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게 되면서 일찌감치 본인의 연구 활동은 접었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1947년부터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소장에 부임해 과학행정가의 삶을 이어갔다. 오펜하이머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나 폴
   디랙 등 양자역학을 만든 비슷한 나이대의 이론물리학자들과 맞먹는 천재성을 지녔음에도 이들에 버금가는 업적을 내놓지는 못했다. 아이디어는
   뛰어남에도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끈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버클리대 교수 시절에도 여기저기 건드리는 분야는 많았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 그의 천재성과 기존 지식에 얽매이지 않는 기발함이 돋보이는 예가 바로 디랙방정식을 보고 떠올린 양전자 아이디어다.
   1928년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은 뛰어난 수학 감각으로 양자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을 결합한 디랙방정식을 만들어냈는데 그 결론이
   뜻밖이었다. 원자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의 에너지가 양의 값은 물론 음의 값도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랙방정식 해의 물리적 의미를
   고민하던 디랙은 진공을 재해석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진공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음의 에너지인 전자로 꽉 채워진 상태라고 가정했다. 이때
   외부에서 감마선 같은 에너지를 공급하면 양의 에너지가 된 전자가 튀어나오면서 구멍이 생긴다. 구멍은 음의 에너지를 지닌 전자의 부재로서
   이는 양의 에너지를 지닌 양전하 입자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결국 감마선 에너지가 둘 다 양의 에너지인 전자와 양전하 입자 쌍으로 바뀐
   셈이다. 디랙방정식 자체는 이론물리학자 사이에 엄청난 찬사를 받았음에도 음의 에너지에 대한 해석은 조롱의 대상이었고 결국 디랙은 이듬해
   출판한 논문에서 이 양전하 입자가 양성자일지 모른다고 한발 물러섰다. 실제 그렇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논쟁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버클리에서
   이 논문을 읽은 오펜하이머는 즉각 문제점을 파악하고 1930년 ‘전자와 양성자 이론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전자의
   쌍이 되는 양전하 입자가 양성자라면 수소 원소는 순간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며(감마선 쌍으로 소멸할 것이므로) 전자와 질량이 같은 미지의
   입자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랙은 즉시 오펜하이머가 비판하는 바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이듬해 발표한 논문에서 “실험물리학에서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입자로 전자와 동일한 질량과 전하량(절대값)을 지녀 반전자(anti-electron)라고 부를 수 있다”고
   썼다. 이어서 “이 대칭성이 정말 자연의 근본 법칙이라면 어떤 종류의 입자라도 전하가 반대인 짝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반물질(antimatter) 이론이 정립되고 1년 뒤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칼 앤더슨은 우주선(cosmic ray)의 안개상자 궤적을 분석해
   반전자를 발견했고 이를 보고한 논문의 학술지 편집자가 반전자 대신 양전자(positron)란 용어를 만들어 썼다. ●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차이 없어 그렇다면 반물질에 미치는 중력의 영향은 어떨까. 중력은 질량과 관련한 힘이고 반물질은 대응하는 물질과 같은 질량이므로
   영향도 같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도 질량이 같은 모든 물체는 내부 구조와 관계없이 무게가 같아야 한다. 반양성자와
   양전자로 이뤄진 반원자라도 원자와 정확히 같은 중력가속도가 작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추한 진실이 아름다운 이론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몇몇 물리학자들은 반물질이 중력을 다르게 느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주론의 표준모형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과 에너지는
   우주의 물질/에너지의 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실체를 모르는 암흑물질(27%)과 암흑에너지(68%)다. 따라서 반물질과 물질이 척력으로서의
   중력인 반중력을 띤다면 암흑에너지의 일부를 설명할 수도 있다. 한편 같은 인력이라도 중력가속도가 다르게 작용한다면 빅뱅 직후 엄청난
   에너지가 같은 양의 물질과 반물질로 바뀌었음에도 오늘날 물질로 이뤄진 세계가 된 비대칭성을 설명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 아래로
   떨어지는 반수소 양전자는 물론 반양성자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지만 전하를 띤 반입자는 전자기력에 너무 민감해 물리적 특성을 연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이 상호작용해 전기적 중성이 된 반수소 원자를 만들어야 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1990년대 반수소 프로젝트를 시작해 2002년 최초로 반수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아테나 실험) 2010년 반수소가 1000초 동안
   소멸되지 않고 유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알파 실험). 영하 266도의 극저온과 진공 환경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을 교묘히 배치한 용기 안에
   반수소를 공중부양시켰다(물질인 벽에 닿으면 소멸하므로). 그 뒤 반수소의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2016년 반수소의 빛
   흡수 스펙트럼 패턴이 수소와 같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이 역시 예상한 결과였지만 실험으로 증명해 불확실성을 없앴다는 게 중요하다.
   2018년 연구자들은 미미한 힘인 중력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정교한 장치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다. 몸무게가 수십㎏인 우리에게는 중력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물체의 질량이 작아질수록 영향도 줄어든다. 하물며 질량이 10의 –27승㎏ 단위인 반수소 원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연구자들은 통로가 수직인 용기 안에 양전자와 반양성자로 반수소를 만든 뒤 운동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대영도보다 불과 0.5도 높은 영하
   272.6도까지 온도를 낮췄다. 그리고 전자기장을 서서히 줄여 반수소에게 자유를 줬다. 만일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운동량의 방향에 따라
   통로 위나 아래로 빠져나가는 반수소 개수가 비슷할 것이다. 참고로 통로를 벗어난 반수소는 물질로 된 벽에 닿아 소멸하면서 검출돼 존재가
   확인된다. 만일 물질(지구)의 질량이 척력인 반중력으로 작용한다면 반수소의 운동량 방향이 위쪽으로 치우치며 통로 위쪽으로 빠져나가는
   반수소가 더 많을 것이다. 반대로 인력인 중력으로 작용한다면 운동량의 방향이 아래쪽으로 치우치며 통로 아래쪽으로 빠져나가는 반수소가 더
   많을 것이다. 실제 실험 결과 용기 내 반수소의 72%가 통로 아래쪽으로 빠져나갔고 28%가 위쪽으로 빠져나갔다. 반수소 역시 수소처럼
   중력이 인력으로 작용했다는 말이다. 한편 반수소가 중력을 인력으로 느낀다고 할 때 시뮬레이션 결과는 약 80% 정도가 아래쪽으로 빠져나가는
   걸로 나와 약간 차이를 보였다. 다만 실험 조건이 아주 정밀하지 않아 정말 차이가 있는 것인지 단순히 실험 오차인지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 아무튼 이번 실험으로 반물질과 물질 사이에 반중력이 작용해 서로 밀쳐낸다는 가설은 폐기됐다. 1925년 21세의 오펜하이머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대서양을 건너 영국 케임브리지 캐번디시연구소의 패트릭 블래킷 교수를 지도교수로 대학원 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실험에
   서툴렀고 향수병에 시달리며 정신이 이상해져 사과에 독을 묻혀 블래킷의 책상에 올려두는 충동 범죄를 저질렀다. 다행히 블랫킷은 사과를 먹지
   않았지만, 살인 미수 사건은 대학 당국에 알려졌다. 그러나 마침 그곳에 머물렀던 부유한 아버지의 로비 덕분에 형사 처벌과 퇴학을 면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도 이 장면을 각색해 그리고 있다. 이듬해 양자역학 논문을 읽고 흥미를 느낀 오펜하이머는 여름에 케임브리지에서 학위를
   받게 될 두 살 연상의 디랙을 만났다. 그는 디랙의 작업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면서도 “나는 그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는 실험과 결별하기로 하고 양자역학의 산실인 독일 괴팅겐의 막스 보른 교수팀으로 옮겨 이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처럼
   실험에 서툴렀던 오펜하이머가 수많은 실험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을 지휘하며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반수소를 만들고
   물리 특성을 연구하는 알파 실험에는 현재 7개국 1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만일 오펜하이머가 반수소 프로젝트를 맡았더라도 거뜬히 해내지
   않았을까.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2023-10-04 14:40:52
   [강석기의 과학카페] 피곤하면 왜 몸이 무겁게 느껴질까
   인터뷰 녹음을 듣다 보면 ‘이게 내 목소리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발성기관에서 만들어진 음파가 입을 통해 밖으로 나간 소리이므로
   이게 객관적인 내 목소리일 것이다. 반면 내가 듣는 내 목소리는 여기에 머리를 통과한 음파가 섞여 변조된 상태이니 말이다. 녹음기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알지 못했다. 얼굴도 마찬가지다. 구조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거울을 본다고 해도
   좌우가 바뀐 상태다. 거울 속의 내 얼굴과 타인이 보는 내 얼굴의 인상은 십중팔구 다르다. 우리는 얼굴의 비대칭을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정면 얼굴 반을 지우고 나머지의 좌우를 바꿔 붙인 좌우대칭 얼굴은 꽤 낯설다. 연예인들은 얼굴 비대칭을 잘 알고 있어서 예능에 나가면 예쁜
   쪽 얼굴이 나오게 자리 배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몸 냄새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벗어둔 마스크에서 나는 입 냄새에
   놀랐다는 사람이 많다. 입 냄새를 포함해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는 후각 피로 현상으로 정작 본인은 실시간으로 잘 맡지 못한다. 촉각도
   예외는 아니다. 특정 신체 부위의 감각에 연결된 대뇌 감각피질의 넓이와 비례해 만든 인체 모형인 ‘감각 호문쿨루스’를 보면 얼굴과 손은
   엄청나게 크지만 몸과 팔다리는 왜소하다. 신체 부위에 따른 촉각의 민감도를 떠올리면 아주 이상한 그림은 아니다. 아무튼 외부에서 같은
   자극이 오더라도 닿는 신체 부위에 따라 바로 느끼는 것부터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까지 반응의 폭이 크므로 촉각 정보 역시 객관적일 수
   없다. ● 손 무게, 실제의 절반으로 느껴 최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는 우리가 자신 몸에 대한 무게를 상당히 왜곡해 지각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자신의 손 무게를 실제보다 훨씬 가볍게 느낀다는 것이다. ‘내 손의 무게감이 느껴지나?’ 이렇게 반문할 독자들도 많을
   텐데 사실 필자도 논문을 읽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뜻밖에도 우리가 무게를 어떻게 느끼는가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다른
   감각처럼 자극(무게)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우리가 자기 몸의 무게를 왜곡해 지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고나 병으로
   팔이나 다리를 잃어 의수나 의족을 하게 된 사람들의 불만에서 드러났다. 실제 팔이나 다리보다 무겁지 않음에도 의수나 의족이 무겁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 신체 부위 무게의 절반에 불과한 의족도 여전히 무겁다고 불평했다. 영국 런던대 심리과학과
   매튜 롱고 교수팀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 무게를 실제와 얼마나 다르게 느끼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고안했다. 보통 성인의 손 하나 무게는
   400그램 내외다. 연구자들은 100그램에서 600그램 사이에서 16단계로 무게를 달리한 추를 준비해 비교 평가로 손 무게로 느껴지는 추의
   무게를 알아냈다. 손 무게의 경우 팔목 직전까지 팔을 의자 팔걸이에 걸치고 손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저울 무게는 두 의자의 팔걸이를
   약간의 간격을 두고 마주 보게 배치하고 각각에 팔과 손을 걸치고 사이 공간에 놓인 손목에 밴드를 두르고 추를 매달아 무게를 느끼게 했다.
   추를 달리하며 손과 무게를 비교하는 실험을 반복한 결과 손의 무게와 같다고 평가한 추의 평균 무게는 200그램 내외였다. 자신의 손을 실제
   무게의 절반의 무게감으로 느낀다는 결과다. 팔이나 다리를 대상으로 한 추정 실험은 없지만, 의족을 한 사람들의 반응으로 볼 때 실제의 반도
   안 되는 무게감으로 느끼지 않을까. ● 체화된 인지의 중요성 그런데 의족은 손실된 해당 부위의 다리와 발을 대신해 부족하나마 나름대로
   기능함에도 불구하고 왜 외부 물체에 불과한 추와 마찬가지로 온전한 무게를 느끼는 걸까. 의족이 무겁다는 불만을 잠재우려면 더 가벼운 소재를
   찾아야 하는 걸까. 지난 2021년 역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논문이 실렸다. 감각 피드백을 주는
   의족을 쓰자 23%나 덜 무겁게 느꼈다는 내용이다. 연구자들은 무릎 위가 잘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중단된 신경계의 말단에 전극을 연결하고
   의족 발바닥에 센서를 붙여 발을 내디딜 때 그 신호가 무선으로 전극에 전달돼 신경계를 자극하게 만들었다. 원래는 환지통(팔이나 다리를 잃어
   신경이 갈 곳을 잃어 생기는 통증)을 줄이고 보행을 좀 더 안전하게 하려고 감각 피드백 의족을 만든 것인데 부수적으로 무게감이 줄어드는
   효과도 본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물리적으로 연결한 의족과 땅과 접촉할 때 감각을 신경이 어느 정도 느끼게 하는 의족이 같은 무게임에도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체화의 정도 차이 때문이라는 설명을 제시했다. 체화(embodiment)란 외부 대상을 내
   몸의 일부처럼 느끼는 현상이다. 체화가 많이 될수록 대상을 쓸 때 의식을 덜 하게 되는데, 이런 일은 일상에서 흔히 겪는다. 예를 들어
   신발을 사서 처음 신으면 한동안은 불편하지만, 둘 다 서로 적응하면서(신발은 변형된다) 나중에는 편해져 신발을 의식하지 않는다. 의족도
   마찬가지이지만 체화는 낮은 수준이라 여전히 불편하다. 그런데 센서를 달아 보행 시 땅과 닿는 자극의 정보를 신경에 보내면 뇌가 진짜 자기
   다리와 발이라고 착각하는 순간이 늘어나, 체화의 수준이 높아져 무게감도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왜 신체 부위는 같은 무게의 물체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지는 걸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무게가 3㎏인 팔로 500g인 추와 400g인
   추를 들고 무게가 얼마나 다른가를 평가한다고 하자. 감각은 절대적인 차이가 아니라 상대적인 차이, 비율에 민감한데 둘의 차이는 20%다.
   그런데 손으로 들어 차이를 평가하면 팔의 무게도 더해야 하므로 차이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만일 신체 무게도 온전하게 감지한다면 둘의 무게
   차이는 3.5/3.4=1.03, 비율로는 3%에 불과해 구분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런데 팔 무게를 1㎏로 느낀다면(의수와 의족 결과를 보면
   절반이 안 될 것이다) 1.5/1.4=1.07로 차이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마치 저울의 영점조절처럼 우리는 신체 무게를 최소화해
   지각함으로써 평가의 민감도를 높였다. 자기 객관화를 잃음으로써 대상의 무게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진화한 셈이다. ●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건 쉬라는 신호 “몸이 무거운데...” 컨디션이 안 좋을 때나 피곤할 때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비유적인 표현
   같지만, 실제 이런 상태에서는 가능하면 앉거나 누우려고 한다. 물리학의 관점에서 이런 행동은 들고 있는 짐을 내려놓는 것과 같다. 몸의
   무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연구자들은 피로를 유발하는 운동을 10분 동안 하게 한 뒤 무게 비교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손의 무게를
   실제의 70%로 느끼는 것으로 나왔다. 여전히 같은 무게의 추보다는 가볍게 느끼지만 앞서 실험에서 절반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꽤
   무거워졌다. 피로한 상태에서는 뇌가 우리 몸을 더 무겁게 느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뇌의 몸무게 왜곡이 왜 이처럼 일관성이 없는 걸까. 이
   역시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한 결과다. 오랜 활동으로 손상된 몸이 회복해야 할 상태에서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게 몸의 피로도를 나타내는
   신호이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쉬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은 모든 게 심리적 현상이란 말인가. 설사 그렇더라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우리 몸은 심리의 변화를 반영한 생리적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의족의 예도 심리적으로만 무겁게 느껴질 뿐 실제 해당 부위의
   다리보다도 가벼우므로 생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뇌가 의족을 무겁다고 판단하면 이를 바탕으로 마치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움직일 때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갈 것이라고 판단해 심혈관계가 준비한다. 실제 의족을 한 사람들은 뇌의 착각으로
   심혈관계가 무리한 결과 건강이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득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체화의 정도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친구를 업으면 상당히 무겁게 느껴진다. 반면 같은 친구가 깨어 있을 때 업으면 그렇게 무겁지
   않다. 정신이 없을 때는 짐을 드는 것과 같은 객관적인 무게감이라면 깨서 업힐 때는 상대에 맞추려고 자세를 조정한 결과 실제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즉 업힌 사람의 반응이 일종의 신경 피드백으로 작용해 뇌가 내 몸의 일부로 해석하는 체화가 일어난 게 아닐까.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비교 실험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2023-09-06 10:08:00


 * 이덕환의 과학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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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환의 과학세상] R&D예산 삭감과 과학기술 정책의 본질
   정부의 국가연구개발 예산 16.6%(5조2000억원) 삭감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기초연구가 2조4000억원(6.2%)이나 줄고, 25개
   출연연 예산도 2조1000억원(10.8%)이나 깎인다는 소식에 출연연의 젊은 연구자와 대학원의 학생들까지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도 이공계
   연구개발 지원 사업을 26.6%(1442억 원)나 삭감한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는 과기정통부의 변명은 몹시 옹색하다.
   세계 과학계도 놀라고 있다. '사이언스'도 ‘과학기술 투자의 챔피온’인 우리의 예산 삭감 소식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우주와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는 '핑계'로 기초연구를 줄였다는 게 골자다. ● 물거품이 된 ‘연구비 100조원 시대의 꿈’ 도무지 믿고 싶지 않은 암울한
   소문과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연구 현장에서 박사후 연구원이 사라지고,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과제가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신진 연구자가 무려 1200명이나 줄어들게 된다는 분석도 있는
   형편이다. 심지어 무섭게 치솟고 있는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대형 장비를 세워두게 될 것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도 있다. 대학에서 새로
   시작하는 교수들은 연구 장비를 마련해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될 형편이다. 괜한 호들갑이 아니다. 실제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이 줄어들면 70조 원에 이르는 민간의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4.9%의 연구개발 투자가 내년에는 3.9%까지 주저앉게 된다는 전망이 있다.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내년도 예산 삭감액의 3배에 가까운 15조 원이나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연구개발 100조 원 시대’의 꿈이 ‘카르텔’ 한
   마디에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게 된 것이다.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해마다 반드시 늘려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재정 형편이
   나빠지면 연구개발 예산도 축소할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도 모자라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겪어야 했던 지난 5년 동안의 방만했던
   재정 운영의 뒷감당이 쉽지 않은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일 수 있다. 실제로 정부 예산이 50% 가까이 늘어났고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방만해진 국가 재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과학기술도 예외일 수는 없다. 과학자들을
   ‘약탈적 이권 카르텔’이라고 몰아붙여 놓고 2달 만에 새로 내놓은 예산은 절망적인 수준의 졸속이었다. 소부장‧감염병‧중소기업 지원이
   ‘카르텔’이었다는 변명은 어떠한 설득력도 기대할 수 없는 궤변이었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 국민 설득을 위해 기재부가 긴급한 예산과 억지로
   끼워 넣은 중소기업 지원 사업은 정상적인 국가연구개발 사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사업의 비효율을 핑계로 삼은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꼼수였다. ●길을 잃어버린 ‘과학기술정책’ 과기정통부가 강조하는 ‘과학기술정책’의 정체성이 황당하다.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이
   과학기술정책의 핵심이라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인재 양성이 과학기술정책의 핵심이라는 오해는 학생의 적성을 억압하는 잘못된
   ‘문‧이과 구분 교육’의 전통에서 시작된 착각일 뿐이다. 과기정통부가 운영하는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은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사업일 수 없다. 과기원은 일반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관리에서 드러난 난맥상을 보완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설립된 것일 뿐이다. 과학‧수학
   분야의 고도 영재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지나친 관심도 바로잡아야 한다. 필즈 메달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는 과기정통부의 영재 교육을 받지
   않았다. 21세기가 요구하는 과학기술은 과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학자의 양성 과정에도 인문학‧사회과학‧문화예술의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고
   인문사회 분야의 교육에도 현대 과학기술이 충분히 포함되어야만 한다. 현대의 과학은 이미 ‘모두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으로 그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은 명백하게 ‘교육부’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어렵사리
   되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다시 ‘교육과학기술부’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과학기술정책의 핵심은 ‘창의적
   연구개발’이다. 우리의 과학자들이 연구개발에서 훌륭한 성과를 창출하고 노하우를 축적(縮積)할 수 있도록 해주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과학기술정책이라는 뜻이다. 다른 해석은 불가능하다. 과학자가 더 효율적으로, 더 열심히 일하도록 채찍질하는 것을
   과학기술정책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과학자의 ‘창의력’은 상당한 수준의 비효율과 방종(放縱)을 허용하는 환경에서만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성실한 실패를 용인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뜻이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비효율에 대한 비판은 창조형 과학기술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 퍼주기 예산은 국제협력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연구기관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면서 우리 신진 연구자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주는 것이 ‘국제협력’이라는 과기부의 인식은 퇴행적이다. 물론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오로지 ‘우리
   것’만 고집할 수는 없다. 전 세계의 모든 과학자와 열린 마음으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협력을 ‘신진
   연구자의 양성’ 과정에 필요한 ‘수습’ 과정으로 여겨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가 뒤늦게 연구개발 사업을 시작하던 반세기 전의 ‘추격형
   국제협력’에서도 확실하게 벗어나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성장한 우리에게 ‘세계 최고를 이루어 내는 현장’을 선뜻 보여줄
   연구자나 연구기관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겉으로는 ‘선진창조형 과학기술’을 외치면서 국제협력에서는 철지난 ‘추격형’을 고집하는
   과기정통부의 입장을 용납하기 어렵다. 무한정의 예산을 동원해서 무차별적 인해전술(人海戰術)식으로 밀어붙이는 중국의 ‘퍼주기식’ 국제협력도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2008년 후진타오 주석이 시작한 ‘천인(千人)계획’이 바로 그런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과학계에 남긴 부작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연구개발 사업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밀어붙인 졸속 예산 삭감 과정에서 올해 5000억원 수준의 국제협력 예산을 내년부터 갑자기 2조8000억원으로
   증액한 것은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급조한 국제협력 사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 한국연구재단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박사후연구원 지원 사업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외국의 대학‧연구기관에게 예산을 퍼주는 것도 모자라
   특허권까지 넘겨주겠다는 전제로 시작하는 국제협력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초연구와 출연연 예산을 줄여서 마련한 예산으로 밀어붙이는
   퍼주기식 국제협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선진창조형 국제협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선진국의 과학자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진정한 공동연구‧개발에 참여하는 ITER(국제핵융합실험로)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국제유인달탐사)가 우리에게 필요한 국제협력이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9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2023-09-27 09:56:41
   [이덕환의 과학세상]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 ‘과학기술정책’
   내년에는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5조2000억원이나 삭감된다. 올해보다 16.6%나 줄어드는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1991년 이후 처음이지만
   실질적으로 과학계가 역사상 처음 겪는 매서운 추위가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개발 현장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노조,
   출연연 연구자, 공무원 노조를 비롯한 10여 개 단체가 ‘연대회의’(국가과학기술 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를 결성했다. 이공계
   학생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연구 현장의 실무자와 미래를 준비해야 할 학생들이 연구개발 예산을 걱정하는 현실은 절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정작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직접 수행해왔던 주역인 과학자들은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다. 그 많던 교수도 사라졌고 과기행정을 책임졌던
   전임 장관도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학회(학술단체)‧총연합회‧한림원도 꽁꽁 숨어버렸다.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오해한 전임 출연연
   기관장들의 엉뚱한 목소리가 요란하다. 과기계를 공평하게 나눠먹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잘하는 연구자’가 독식하는 거친 야생의 ‘카르텔’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퍽한 잔치를 벌이려면 ‘쥐꼬리’ 100만 개가 아니라 퉁퉁하게 살찐 ‘돼지’ 한 마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고
   ‘현안’과 ‘미래’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잖은 충고도 있었다고 한다. ● 실망스러운
   ‘카르텔’의 정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혁신본부장이 모두 ‘약탈적 이권 카르텔’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인정해버렸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감염병(코로나19)과 같은 단기적 이슈에 집중된 예산 투입이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비효율의 늪에 빠뜨려 버렸고
   중소기업에게 관행적으로 뿌려주는 보조금도 문제였다고 한다. 출연연의 비효율도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서슴치 않았다. 제1차관
   출연연을 확실하게 뒤엎을 특공대를 조직했다고 밝힌 모양이다. 소부장과 감염병 대응 예산의 투입은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정부가 1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긴급 예산을 투입했던 것은 사실이다. 정상적인 예산 편성‧집행의
   절차도 제대로 지킬 수 없었고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사업을 철저하게 관리할 여유가 없었다. 급하다고 돌아갈 수도 없었고 돌다리를
   두들겨볼 여유도 없었다. 위기 상황에서 긴급하게 이루어진 예산 투입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었다. 실제로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본의 추가적인 횡포를 차단하고 감염병의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가시적인 정책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소부장과 감염병 대응 예산 투입은 상식적인 연구개발 사업이
   아니었다. 오히려 국가 경제를 지키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국민 달래기용 예산’이었다는 뜻이다. 그런 예산 투입에서 상당한 수준의
   비효율과 낭비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이다. 그런 비효율과 낭비는 어느 누구라도 어쩔 수 없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 비효율과 낭비를 핑계로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졸속으로 삭감하는 일은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도 아니고 ‘합리’도
   아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뿌려주기식 보조금은 당연히 정리해야 한다. 벤처기업 육성은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로 넘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과기정통부의 중소기업 육성이 뜨내기 브로커들만 잔뜩 키워놓은 현실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 용산의 과학기술비서관에서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화려하게 취임한 조성경 제1차관의 언행도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나눠먹고 갈라먹는다는
   ‘카르텔’에 대한 지적이 지난 연말의 ‘과학기술 원로 오찬 간담회’와 올해 연초의 ‘과학기술 영리더와의 대화’에서 나온 것이라는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의 답변은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과학기술비서관의 어설픈 관료주의적 예단을 정체도 분명치 않은 원로와
   영리더에게 떠넘겨버린 것은 일반 상식에도 맞지 않는 비겁한 발언이다. 이제 그런 터무니없는 발언으로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원로와 영리더에게 과학기술계가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확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않고 섣부른 발언으로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의지를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린 책임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차관으로서 대통령께서 지시한
   내용을 제때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차관의 답변도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망언이었다. 행정부 업무에 대한 사과를 굳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삼권분립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사과의 주체도 이상하다.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은 ‘차관’이 아니라 ‘과학기술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 퇴행적인 국제협력에 대한 기대 국제협력과 인재양성에
   2조8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결정도 정상이 아니다. 올해 국제협력 예산보다 무려 5배 가까이 늘어난 엄청난 규모다. 연구개발에서
   국제협력 사업은 아무 준비도 없이 예산만 편성해놓으면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국제협력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인식도 혼란스럽다.
   과학자가 국제협력을 통해서 ‘세계 최고 기술을 만드는 선진 연구개발 현장을 체화(體化)해야 한다’는 조성경 제1차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그런 지적은 오래전에 수명이 끝나버린 패스트 팔로어 시대에나 어울렸던 낡고 퇴행적인 인식이다. 선진국의 최고
   연구기관이 돈 보따리만 들고 가면 누구에게나 연구개발 현장을 체화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연구개발의
   현장을 무시한 억지일 뿐이다. 중국의 활발한 국제협력을 부러워하는 듯한 혁신본부장의 발언도 위험한 것이다. 중국의 국제협력은 2008년
   당시 후진타오 주석이 밀어붙이기 시작한 ‘천인(千人)계획’의 결과다. 다른 나라의 유능한 과학자 1000명을 영입해서 중국 과학기술의
   발전을 꿈꾸겠다는 것이다. 당시로는 천문학적 규모였던 1인당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의 ‘묻지마식’ 연구비를 쏟아부었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중국의 화려한 양적 성장이 바로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연구비를 앞세운
   중국의 국제협력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던 것도 아니다. 2020년 하버드 대학교 화학과 학과장이었던 찰스 리버 교수가 중국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었던 것도 중국의 천인계획 탓이었다. 중국의 대학으로부터 적지 않은 현금 지원을 받은 대가로 미국의 국익이 달린 기술을 중국에
   넘겨줬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과학기술에서 국제협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연구개발의 역사가 짧고 규모도 작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퍼주기식’ 국제협력이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절대 아니다. 외국의
   대학‧연구기관을 주관기관으로 인정하고 특허권까지 모두 넘겨주겠다는 전제로 시작하는 국제협력은 아무 도움이 될 수 없다. 연구재단이 무작정
   확대했던 박사후연구원 지원제도가 외국에서 열심히 노력했던 우리 학생들에게 오히려 독(毒)이 되었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퍼주기식 연구비에 욕심을 내는 과학자는 선진국의 최상급 연구자가 아니다. 오히려 선진국의 넉넉한 연구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2류와
   3류 연구자들이 모여들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남의 연구 성과와 경험을 연구비를 대주고 얻어오겠다는 비겁한 욕심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기술패권 시대에 우리의 생존을 보장해줄 초인류 기술을 확보할 수 없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존재 이유? 지난 반세기
   동안 애써 다듬어왔던 우리의 과학기술 정책이 이제는 온전하게 길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부총리급 과학기술부가 그
   시작이었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총괄 조정기능은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오히려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 과학기술부 때문에 발생하는
   부처간 갈등이 과학기술정책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돼버렸다. 결국 정부 조직에서 부총리급 과학기술부가 사라져버렸다.
   교육과학기술부‧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혼란스러운 변신을 거듭해야만 했다. 화려하게 등장한 혁신본부는 지금도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형편이다. 사방이 지뢰밭이고 모든 부처가 과기부를 눈의 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기재부는 과기부의 편성 권한을 가져오고 싶어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는 산업‧에너지‧원자력 정책을 두고 오래 전부터 고질적으로
   충돌해왔다. 최근에는 바이오 산업을 두고 보건복지부와도 부딪치고 있고 기후 산업을 두고는 환경부와 영역이 겹친다. 과기부가 관리하던
   기상청도 이제는 환경부의 산하기관이 돼버렸다. 과기부의 존재에 우호적인 부처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과학기술부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과기부가 과학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가 과기부를 살려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현실은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 과학자와 국민을 감동시키는 과학기술부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9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2023-09-13 14:32:40
   


 * 의학사로 보는 세상
   
   + 연재 더보기
   [의학사로 보는 세상] 감염병 피해, 크게 줄어들고 있다
   ● 백신으로 감염병을 예방하라 2019년 마지막 날, 중국에서 신종 감염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의
   창궐을 발표하자 전세계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파가 아주 잘 되면서도 치사율이 나라에 따라 10%에 이를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제약회사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약을 포함하여
   사람의 몸에 사용하는 물질은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하므로 새로운 약이나 백신을 개발할 때 소요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10년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비용증가에 따라 다국적 거대기업만 새로운 약을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유행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인류는 1년만에 백신을 상용화할 수 있었다. 이는 긴급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엄청난 투자와 함께 임상시험을 전보다 빨리 하기 위한 약간의 편법(?)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백신 개발에 집중한 것은 무슨
   병이든 걸리기 전에 해결할 수 있다면 병에 걸린 후에 치료를 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사용한 최초의
   백신은 1796년에 영국의 제너(Edward Jenner)가 도입한 종두법이다. 치사율이 높고 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온몸에 발진을 남겨서
   보기에 흉하므로 공포의 대상이던 두창은 역사적으로 수시로 유행하곤 했다. 그런데 예방접종 한 번으로 평생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획기적인 방법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18세기 후반에 프랑스의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이를 응용하여 닭콜레라,
   탄저병, 광견병 백신을 개발했다. 개발 방법이 제너의 방법과 약간 달랐지만 아이디어를 내면 그 전과 다른 개량된 방법으로 예방법을 개발할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백신 개발이 널리 이용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제너가 발견한 종두법이 암소를 이용한 것에 착안하여 라틴어로
   암소를 의미하는 vacca에서 유래하여 백신(vaccin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파스퇴르였다. 1901년에 첫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베링(Emil von Behring)은 디프테리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것도 일종의 백신에 해당하는
   것이었으며 20세기 100년간 수십가지 백신이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되어 과거에 인류를 괴롭힌 수많은 감염병이 이제는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백신의 종류가 다양한 것은 대상이 되는 미생물의 특성이 서로 다르고 효과는 좋게 유지하되 더 안전한 백신을 개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특정 감염병에 대한 가장 좋은 백신은 그 병에 걸리는 것이다. 그러나 감염병의 종류에 따라 치명적일 수도 있으므로 면역력은
   키우되 안전하게 경험을 하게 하려다 보니 미생물을 약하게 하고 죽이고 생명력이 없도록 일부 물질을 추출하여 이용하는 방법 등을 계속
   발전시키게 되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화이자와 모더나 회사에서 개발한 mRNA 백신은 인류역사상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방법으로
   개발한 백신이었다. 이렇게 인류는 계속해서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가면서 감염병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백신이 감염병에 대한
   피해를 줄여 준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을까. ● 감염병 치료제의 등장 대항해시대에 유럽 여러 나라들이 배를 타고 먼 곳으로 가서
   식민지를 개척한 과정은 온대지방에 살던 사람들이 열대지방으로 진출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온대지방과 열대지방은 살고 있는 생물체가
   다르므로 감염병의 종류도 달라진다. 지중해 연안에서만 발병하던 말라리아가 대항해시대에 유럽인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만연하게 된 것은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모기가 온대지방보다 열대지방에 더 많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감염병에 대해 치료방법이 없어서 고생하던 차에
   페루에 진출한 예수회 신부들은 원주민들이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키나 나무껍질을 달여서 마시는 걸 발견했다. 17세기에 이 방법이 유럽에
   소개되었고 1820년에 프랑스의 펠레티에(Pierre Joseph Pelletier)와 카방투(Joseph Caventou)가 말라리아에
   치료효과를 지닐 수 있는 퀴닌(키니네, quinine)이라는 물질의 구조식을 알아냈다. 이것이 인류가 화학구조식을 알고 사용한 최초의
   약이다. 그러나 이 약은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을 뿐 말라리아 성충이나 유충을 죽이지는 못하는 것이 한계라 할 수 있다. 감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처음 개발한 것은 살바르산 606이다. 1910년에 독일의 에를리히(Paul Ehrlich)가 개발한 이 약은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얻은 약이므로 최초의 화학요법제에 해당한다. 염색에 관심이 많았던 에를리히는 ‘염색은 특정 물질이 특정 부위에 달라붙는 과정이므로
   미생물과 같이 아주 작은 생물체의 특정 부위에 달라붙어서 그 미생물에 생존력을 유지할 수 없게 하는 물질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이 발전한 것이 살바르산606의 개발로 이어졌다. 이미 1908년에 항체 합성 이론을 통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그는 인류가
   화학적 합성을 통해 인위적으로 감염병을 해결할 수 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노벨상
   수상업적보다 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1932년에 독일의 도마크(Gerhard Johannes Paul Domagk)는 술폰아마이드계 약물을
   합성하여 세균에 의한 감염병 치료를 한층 쉽게 해 주었다. 수많은 유도체가 다양한 감염병 치료에 이용될 수 있으므로 지금도 신약 개발에
   이용되고 있는 이 물질은 도마크에게 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선사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상자들의 치료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한편
   영국의 플레밍(Alexander Fleming)은 곰팡이가 함유한 물질이 세균의 증식을 막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가 발견한 페니실린은 세균
   감염시 세균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 효과를 낮게 평가한 플레밍은 이를 감염병 치료에 사용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페니실린의 약효를 재평가한 플로리(Howard Florey)와 체인(Ernst Boris Chain)은 이를 상용화함으로써 페니실린이
   최초의 항생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 3명은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세균을 죽이는 약을 항균제라 하며 항균제는
   합성해서 얻은 화학요법제와 곰팡이와 같이 자연계에서 분리한 항생제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항생제를 항균제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페니실린처럼 처음에는 항생제였지만 현재는 합성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약을 구분하는 의미가 퇴색해가고 있다. 곰팡이에서
   얻은 페니실린이 감염병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우크라이나 출신인 미국의 왁스만(Selman Waksman)은 ‘이 세상에
   곰팡이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항생물질이 페니실린 한 가지만 존재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토양속의 곰팡이를 연구하던 그는 광범위하게
   곰팡이 속에 들어있는 물질을 분리하고 그 효과를 확인함으로써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열심히 일을 하기는 했지만
   의학발전에 도움이 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는 못한 왁스만도 195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 후로 수많은 약이
   감염병 치료제로 개발되었고 또 지금도 개발되어 가는 중이다. 그런데 약이 감염병 해결의 일등 공신일까. ● 과학적 의학에서 과학적인지
   비과학적인지 판단이 어려운 감염병 해결의 원인 미국 질병관리 및 통제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 위와 같은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부터 비슷한 그래프가 제시되어 연구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백신과 약이
   개발되기 전부터 감염병에 의한 사망자수는 꾸준히 줄고 있음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래프만 봐서는 백신이나 항균제 개발이 큰 역할을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0세기 100년간 꾸준히 감염병으로 목숨을 잃는 환자가 줄어들었지만 백신과 약의 역할은 미미했다. 단 한 번의
   예외라면 1918년에 독감이 유행하여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었지만 약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
   1년만에 독감에 의한 피해는 그 전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감염병에 의한 피해가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위생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의 면역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흔히 이야기를 한다. 이 말에 반대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도 아니다. 청결하지 못한 위생은 감염병 전파의 원인이 되므로 사람들이 위생에 관심을 가지고 상하수도 시설을
   개선하고 웅덩이에 고인 물을 제거하며 쓰레기를 버릴 때 함부로 주변에 늘어놓지 않는 것 등은 병원성 미생물의 증식을 막는 효과가 있다.
   그랬으니 감염병에 의한 치사율이 줄어들었다고 통계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되지는 않았다. 면역력도 마찬가지다.
   흔히 “면역력이 좋다”, “면역력이 강하다”, “면역력이 떨어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면역력을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온도를 잴 수 있게 된 것이 과학발전을 크게 진보시켰듯이 면역력을 잴 수만 있다면 의학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며 노벨상
   수상이 유력해질 테지만 아직까지 그런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사람들의 면역력이 좋아졌다”고 할 때 의학자들이 시비를
   걸지 않는 것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체가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 탄수화물과
   지질은 주로 에너지원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지만 단백질은 종류와 기능이 아주 다양하며 인체의 면역기능에도 단백질은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백신을 투여하는 것은 항체 합성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인데 항체도 단백질에 속한다. 항체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사람 몸에 항체 합성의
   재료가 되는 아미노산이 충분히 존재해야 하고 아미노산은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이 작은 물질로 소화되면 얻을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하여
   사람들이 고기 섭취량이 증가되었으므로 단백질 흡수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항체 합성을 전보다 잘 할 수 있게 된 것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 것이다. 이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상을 통해 유추해석을 한 것일뿐 실제로 면역력이 강해졌는지 아닌지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항체 합성
   외에도 단백질은 면역반응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과정에 관여를 하고 있으니 ‘단백질 섭취량 증가가 면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른 학자들이 시비를 걸지 않으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게 되고 나중에라도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그
   때부터 학문적 논쟁이 벌어지게 된다. 새로운 전염병이 수시로 나타나서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기는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감염병에 대한 피해나
   공포는 크게 줄어들었다. 의학발전에 의해 알게 된 사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19와 같이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나더라도 대응이 빨라졌고 백신과
   약을 찾아내는 시간도 전보다 적게 걸리게 되었다. 의학지식이 감염병해결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청결한 위생과 면역력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인류의 생활방식의 변화가 감염병 해결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 인류가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 참고문헌 1. Achievements in Public Health, 1900–1999.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Vol. 48(29);621-628, 1999 2. 예병일. 전염병 치료제를 내가 만든다면.
   다른. 2020 3. William Rosen. Miracle Cure: The Creation of Antibiotics and the
   Birth of Modern Medicine. Penguin Books. 2018 ※필자소개 예병일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전기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16년간 생화학교수로 일한 후 2014년부터 의학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평소 강연과 집필을 통해 의학과 과학이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가까운 학문이자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학문임을 소개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저서로 『감염병과 백신』,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의학사 노트』, 『전염병 치료제를 내가 만든다면』, 『내가 유전자를 고를 수 있다면』,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내 몸을 찾아 떠나는 의학사 여행』,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의학편』, 『줄기세포로 나를 다시 만든다고?』,
   『지못미 의예과』 등이 있다.
   2023-09-22 15:44:36
   [의학사로 보는 세상] 암소와 백신의 탄생…감염병 원인 찾는 여정(2)
   ● 감염병 해결을 위한 나름의 방법 감염병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하면서 수시로 인류를 위협해 왔다. 원인과 치료법을 모르던 시기에 인류가
   취한 방법은 격리, 소망, 옷 등이 있다. 13세기에 유럽에서 한센병이 유행하자 경험적으로 한센병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하는 병이라
   생각한 이들은 환자를 마을에서 쫓아냈다. 비인간적이기는 하지만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마을에서 쫓겨난 환자들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고 약자를 보호하려는 기독교 박애정신을 가진 성직자와 신도들은 그들을 찾아가
   돌봐주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에 소록도 등 우리나라 곳곳에 한센병 환자를 모여살게 한 것도 다른 사람들과 격리시키는 방법의 하나였다.
   역사적으로 16세기 초에 유럽에서 매독 환자들이 유행할 때 환자를 마을에서 쫓아낸 것이나 14세기에 유럽에서 페스트가 유행할 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은 것은 스스로 격리를 당한 것과 다름없었다. 페스트가 유행할 때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1375)가 쓴 '데카메론(Decameron)'은 페스트를 피하여 피에솔레에 있는 별장에 모인 남자 3명, 여자 7명이 하루에 한
   명씩 100일간 하는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이들이 마을을 떠나 조용한 시골로 간 것도 격리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책에서 당시
   사람들이 페스트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으므로 의학역사학자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린츠, 필슨, 체코
   프라하 등에는 페스트 탑이 있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도 페스트와 관련된 기념물이 있다. 설명을 보면 “페스트가
   물러갔음을 기념하여 탑을 세웠다”라고 되어 있지만 지금도 중국과 몽고의 국경 부근에서 페스트 환자가 가끔씩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에서 볼 수
   있듯이 감염병은 물러간 후에도 언제든 다시 유행할 수 있으므로 “물러갔음을 기념”하기보다는 “물러가기를 소망”하여 건립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지식과 정보가 부족했지만 감염병이 무섭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보호를 받으려 했다. 페스트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사 등은 새 부리 모양을 한 특이한 가면과 비교적 두꺼워보이는 옷을 입었고 19세기에 콜레라가 유행할 때는 수많은 악세서리를 부착한 옷을
   입었다. 각각의 옷이 왜 이런 모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붙이기는 했지만 현대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아무 효과도 없는
   엉뚱한 행위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격리, 소망, 옷 등을 이용하여 감염병으로부터 해방되려 했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했으며 지난 글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19세기 초에 위생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감염병 예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 백신 개발 전에 알려진
   감염병 예방법 19세기까지 의학발전이 병에 걸린 사람들의 치료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만큼 획기적이지 않았지만 수술법은 계속 발전하고
   있었다. 총을 사용하면서 상처가 커져 피해를 입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1840년대가 되자 에테르와 클로로포름이 마취제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수술이 한결 쉬워졌다. 수술 빈도가 많아지자 낫는 병도 많아졌지만 수술후 합병증에 의해 사망하는 이들이 많아진 게 문제였다. 또 아기를
   낳은 산모가 분만 후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일도 흔히 있는 일이었다. 1818년에 헝가리에서 태어난 제멜바이스(Ignaz Philipp
   Semmelweis, 1818~1865)는 페스트 대(그 때는 부다와 페스트가 합쳐져 부다페스트가 되기 전이었다)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로 유학을 간 후 법 대신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피를 배지삼아 미생물이 마구 자라는 패혈증이 수술시 가장 문제가
   되던 1840년대 말 비엔나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근무하던 제멜바이스는 두 병동의 분만실 중에서 교육을 많이 받은 의사들이 근무하는 병원보다
   교육 대신 경험을 토대로 근무하는 조산사들이 일하는 병동에서 분만 후 산모들의 사망률이 훨씬 낮은 걸 발견했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이 다른 일을 하다가 그냥 분만실로 들어오는 걸 발견하고 의사들이 분만실로 들어올 때는 소지한 장비와 손을 비누와
   염소로 씻고 오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이 조치를 위한 1848년에 조산사들이 일하는 병원보다 처음으로 산욕열에 의한 사망률이 낮아졌다.
   1850년에 헝가리로 돌아온 그는 페스트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면서 그동안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1861년에 산욕열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소독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책 'The etiology, concept, and prophylaxis of childbed
   fever(산욕열의 원인, 개념과 예방)'을 발행하여 유럽의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유럽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를 무시했고
   제멜바이스는 자신의 주장이 무시당하자 성격도 변해 갔다. 친구들은 1865년에 그를 정신병 환자 수용소로 보냈고 불과 2주일만에 손가락
   상처에 의한 봉와직염이 패혈증으로 발전하는 바람에 사망하고 말았다. 한편 1960년부터 글래스고대 외과교수로 일한 영국의
   리스터(Joseph Lister 1827~1912)는 미생물이 감염병의 원인이라는 파스퇴르의 연구를 알게 되었다. 수술 후 발생하는
   이차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진 그는 패혈증이 사람의 몸에 해를 일으키는 미생물이 많이 자라나
   의사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에 이른 상태라는 착상을 떠올렸다. 그래서 수술시 발생하는 상처가 미생물에 감염되는 것을 막을 방법을 찾고자
   했다. 리스터는 우연히 목장에서 가축이 원인 모르게 죽어가는 사고가 발생하자 하수로에 석탄산(페놀)을 흘려보내자 가축의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러자 가축의 병은 세균이 원인이고 석탄산은 세균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하여
   1865년에 수술후 환자들이 상처에 석탄산을 바르는 실험을 통해 석탄산이 2차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석탄산은 피부에
   닿으면 자극효과가 강하므로 리스터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수술실을 석탄산으로 소독하면 수술후 발생하는 2차 감염을 크게
   줄일 수 있음도 알아냈다. 이를 무균처리법이라 한다. 리스터의 발견도 초기에는 제멜바이스의 주장처럼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리스터는
   굴하지 않고 소독법을 계속 연구하여 방법을 개선하고 패혈증 발생 빈도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1840년대에 마취제가 발견되었고
   1860년대에는 이차감염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무균처리법이 개발됨으로써 수술은 크게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수술법의 발전은
   이차감염이 미생물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농민을 도와 주는 과정에서 화학자 파스퇴르가 의학역사를
   빛낸 인물이 되다 의사가 아니면서 의학발전에 누구보다 큰 공헌을 한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했다. 1848년에 주석산 결정의 선광성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1854년부터 릴레대에서 화학교수로 일하기
   시작했다. 1856년에 주변에서 포도주 생산업을 하던 양조업자들이 포도주 생산 과정에서 쉽게 부패하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연구결과 포도주가 잘 만들어지는 경우는 효모가 발효되는 과정이고 젖산균을 비롯한 세균이 오염되는 경우는 부패함을
   알아냈다. 그는 1861년에 백조 목 모양의 플라스크를 이용한 실험으로 생물이 자연적으로 생겨날 수 있다는 자연발생설이 잘못된 이론임을
   증명했다. 또 우유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열처리를 할 때 끓이면 단백질 침전이 생겨 식감이 좋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63년에
   저온살균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상이 미생물과 관련된 내용이며, 이후로 닭콜레라, 탄저병, 광견병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의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예방접종의 원리는 1796년에 영국의 제너(Edward Jenner,
   1749~1823)가 처음 발견했지만 이를 토대로 예방접종의 원리를 더욱 발전시키고 여러 방법으로 예방법을 개발할 수 있음을 보여 준 후
   이 방법에 대해 백신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파스퇴르가 한 일이었다. 제너가 두창(천연두)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두창과 유사하여 두창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으면서도 증상이 약한 우두라고 하는 감염병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그 후로 발견되지 않을 만큼
   특이한 경우였으므로 파스퇴르가 백신을 개발하고자 할 때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파스퇴르는 닭 콜레라에 걸린 닭의 벼슬에서 피를
   채취하여 닭고기 수프에 이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 수프를 실온에 수일 방치해 두자 수프에서 세균이 아주 많이 자라났다. 이 수프를 빵에
   떨어뜨린 후 닭에게 주자 닭 콜레라가 발생하여 죽어 버렸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세균이 닭 콜레라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1880년에 이
   실험을 반복한 파스퇴르는 닭고기 수프를 방치해 두는 시간이 길어지면 닭이 죽지 않고 병을 앓다가 회복됨을 발견했다. 방치해 둔 수일간
   세균이 병을 일으키는 능력이 약화된 것이다. 이를 응용하여 파스퇴르는 닭 콜레라 예방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 파스퇴르는 제너가 암소를
   이용한 것에 착안하여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를 이용하여 자신이 고안한 방법을 예방접종법(vaccination), 이 때 사용하는
   재료를 백신(vaccine)이라 이름붙였다. 이듬해에는 비슷한 방법으로 사람에서는 흔치 않지만 소와 양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던 탄저병
   예방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고 1885년에는 자신이 개발한 광견병 백신이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효과를 지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감염병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그 후로 수많은 학자들이 감염병을 해결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뛰어드는 일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감염병의 원인은 현미경으로만 관찰가능한 작은 세균임을 증명한 코흐
   프랑스에서 파스퇴르가 미생물의 존재를 눈치채고 이에 의한 감염병 해결용 백신을 제조하고 있을 때 독일에서는 코흐(Robert Koch,
   1843~1910)가 감염병의 원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균임을 증명했다. 1843년 현재의 독일인 프러시아의 한 탄광촌에서 태어난
   코흐는 괴팅겐 의대를 졸업했다. 졸업 직후 세포병리학의 창시자 피르호(Rudolf Virchow, 1821~1902)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기도 했으나 도전과 모험정신이 강했던 그는 보불전쟁이 발발하자 군의관을 자청하여 참전하기도 했다. 참고로 프랑스와 독일의 보불전쟁은
   양국의 적대 감정이 고조되어 코흐와 파스퇴르를 필두로 한 의학계의 경쟁에서도 큰 라이벌 의식을 발휘함으로써 의학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전쟁은 빨리 끝났고 10대 시절 첫사랑에게 작은 도시에서 조용한 개업의사로 살겠다는 약속을 하고 결혼을 했다. 성격에 맞지 않는
   생활에 따분함을 느끼던 그를 불쌍히 여긴 아내는 새로 나온 기계인 현미경을 선물했다. 다른 나라보다 현미경을 이용한 발전이 빨랐던
   독일에서는 1838년에 슐라이덴이 식물은 세포로 되어 있음을 발견했고 1839년에 슈반이 동물도 세포로 되어 있음을 발견했으며 1858년에
   피르호는 사람의 병이 세포의 이상에서 기인한다는 내용을 담은 '세포병리학' 책을 발표함으로써 세포병리학이 시작되는 계기를 이룬 상태였다.
   이렇게 독일에서 중요한 발견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가운데 아내가 사다 둔 현미경은 코흐의 인생도 바꿔 놓았다. 1870년대에 유행하던
   탄저병 연구에 뛰어든 그는 탄저병에 걸린 쥐의 피에 길쭉한 모양의 미생물이 존재함을 발견했다. 그는 한 종류의 새균만을 순수배양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했으며 특정 세균이 특정 감염병의 원인임을 증명하려면 아래 네 가지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 병원균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동물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2. 병원균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동물로부터 배양되고 순수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3. 분리된
   병원균을 건강한 실험동물에 접종하면 동일한 질병을 일으켜야 한다. 4. 실험적으로 감염시킨 동물로부터 동일한 병원균이 다시 분리 배양되어야
   한다. 이 원칙에 의거하여 그는 1876년 탄저병, 1882년 결핵, 1883년 콜레라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발견했다. 또한 그의 4원칙을
   따른 학자들이 이 원칙을 이용하여 다른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계속해서 발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코흐의 학자로서의 능력을
   인정한 정부는 베를린에 1891년 7월 1일 전염병연구소(Royal Prussian Institute for Infectious
   Diseases)를 설립하여 코흐를 소장으로 임명했다. 이 연구소는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와 더불어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모여드는 의학의
   중심지가 되었고 1912년에 결핵균 발견 30주년을 맞이하여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결핵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연구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년까지 학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한 코흐는 1905년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는 1910년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가 소장으로 근무한 연구소 이름이 자신의 이름으로 바뀌는 것을 보지 못했다. ※ 참고문헌 1. David
   Greenwood. Antimicrobial Drugs: Chronicle of a twentieth century medical
   triumph.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2. 폴 드 크루이프. 미생물 사냥꾼. 이미리나 역. 반니. 2017
   3. 예병일. 의학사 노트. 한울엠플러스. 2017 ※필자소개 예병일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전기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16년간 생화학교수로 일한 후 2014년부터 의학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평소 강연과 집필을 통해 의학과 과학이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가까운 학문이자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학문임을 소개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저서로 『감염병과 백신』,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의학사 노트』, 『전염병 치료제를 내가 만든다면』, 『내가 유전자를 고를 수 있다면』,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내 몸을 찾아 떠나는 의학사 여행』,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의학편』, 『줄기세포로 나를 다시 만든다고?』, 『지못미 의예과』 등이
   있다.
   2023-09-05 13:41:01


 * 표지로 읽는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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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로 읽는 과학]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 인간의 한계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주 표지로 여름철 극한 더위로 인해 녹초가 된 인도인의 모습을 담았다. 사이언스는 '인간의 육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에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보도를 다뤘다.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인 존 코헨은 기후변화가
   철새의 건강에 미치는 변화에 대해 다뤘다. 연구에 따르면 철새는 보통 햇빛의 변화나 몸에 내재화된 신호 등 기후와 상관없는 요인에 의해
   이동 시기가 찾아왔음을 감지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한 봄이 예상보다 일찍 찾아오고 이로 인해 철새 번식지의 생태계에 변화가
   생길 경우, 기존 이동 시기에 맞춰 번식지에 도착한 철새들은 면역이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 새
   바이러스는 인간 사회에도 위협적이다. 전세계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될 경우 몇몇 조류 종은 이동에 드는 에너지와 위험성 때문에 이동을 멈추게
   되는데, '종' 같은 커다란 집단이 한꺼번에 한 지역에서 고병원성 변종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집단에서 집단 단위로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인간을 포함한 다른 종에게도 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헨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구동토층의 융해로 인해 지금까지
   봉인돼 있었던 바이러스가 다시 지상으로 방출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기온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2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마리온 쿠프만스 유럽 에라스무스 의료 센터 전염병 관측소(VEO) 바이러스 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영구동토층 아래 여전히
   생존해 있는 바이러스들이 분명히 숨어 있으며, 현재 VEO는 전염병을 일으킬 수도 있는 영구동토층 바이러스를 연구 중이다. 인도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비슈나비 찬드라셰카르는 장마철로 접어들기도 전 기온이 이미 37도, 습도는 95%에 이른 올 여름 한 인도 도시의 사례를
   언급한다. 그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특히 급성장 중인 대도시를 중심으로 극심한 폭염의 위험에 처해 있다. 문제는 앞으로 2년 안에 현재
   인도 인구 17억 명 중 절반 이상이 이들 대도시로 몰려들 것이라는 점이다. 인도 정부는 여러 연구 결과에 기반해 폭염 대응 계획을
   수립하거나 개선하는 데 힘 쏟고 있다. 2013년 첫 도입된 'HAP'라 불리는 온열질환대책이 그 예다. 폭염이 시작될 무렵 주민들에게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병원에는 여름철 열사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한랭병동'을 따로 설치토록 했다. 건설업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더운 날
   일을 쉬도록 권고한다. 인도 재난관리본부는 인도 총 28개 주 중 23개 주와 협력해 HAP를 개발 중이다. 폭염은 인류의 재생산 능력에도
   위협을 가한다. '사이언스' 과학 기자인 메레디스 왓맨에 의하면 수십 개의 연구들이 이미 임산부가 고온에 노출될 경우 조산, 저체중아
   출산, 사산, 선천적 기형을 가진 태아 출산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2020년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온도가 1도 높아질
   때마다 조산 위험이 5% 증가하고, 폭염 기간엔 16% 증가한다. 조산은 5세 미만 유아의 주요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기후변화가 임산부에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왓맨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산부가 열 스트레스에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임신 주수에 따라 태아 건강의 위험성이 어떻게 달라지며 어느 정도의 열 노출이
   한계점인지 모두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난 8월 호주 시드니대의 '열과 건강 연구 인큐베이터(HHRI)'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임산부의 위험에 대한 연구에 약 1650만 파운드(한화 약 272억)을 투자받으며 관련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됐다. 지구온난화 시대의
   말라리아, 뇌염, 뎅기열 등 모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이언스' 독일 통신원 카이 쿠퍼슈미트는 미국
   조지타운대 전염병학자인 콜린 칼슨의 말을 빌어, "지구온난화도 전염병 역시 극적인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와 진드기 등이 온난한 환경에서 더 빨리 번식하고 퍼져 훨씬 더 많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로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수인성 미생물인 '비브리오 콜레라'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는 향후 닥칠 위협을 정의하는 건 쉽지
   않으며, 현재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허리케인이나 가뭄 같은 자연재난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예상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한다. 기후변화는
   동물과 인간의 행동 뿐만 아니라 온도, 습도, 강우패턴에 영향을 미치며 각각의 요인들이 또 다시 각 질병에 대해 다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09-29 16:31:34
   [표지로 읽는 과학] 인공지능이 과학을 업그레이드하는 법
   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연구 지능(RESEARCH INTELLIGENCE)’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좀
   더 작은 글씨로 ‘인공지능(AI)이 과학을 어떻게 변화시킬까(How AI could transform science)’라고 기재해 이번
   호의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AI의 등장으로 연구 지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결론이다. 통계를 분석해 정수를 뽑아내는 작업이든,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일이든 AI를 적용할 수 있다. 일기예보, 의학진단, 정보통신 등 AI 적용 분야가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네이처는
   이번 호 논평을 통해 “논문 제목이나 초록에 AI나 AI 관련 키워드를 언급한 스코퍼스(학술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 논문 비중은 현재
   8%로, 10년 전보다 2% 증가했다”며 “2010년대에는 거대하고 복잡한 과학 데이터 세트에서 패턴을 식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 개발이 붐이었다면 2020년대에는 방대한 데이터 세트에 대해 사전 학습된 생성형 AI 도구가 적용되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AI를 논문 주제로 삼을 뿐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하기도 한다. 챗GPT와 같은 AI 도구를 이용해 논문 문체나 문법을
   개선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연구 내용을 해석하기도 하며 교육에 활용하기도 한다. 투명성 부족, 편향된 정보 등 해악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AI와 안전하게 통합된 사회를 꾸리기 위해서는 AI 기반 정보 홍수의 시대를 맞기 위한 잠재적 위험성 등
   AI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필수라는 평가다. 네이처는 이번 주부터 AI가 과학 기업들의 연구 재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생물학, 물리학, 수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AI가 기업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연구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새로운
   과학적 탐구 방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왜 학계가 AI에 흥분하는지, 거짓 정보 등 야기될 수 있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향후 과학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지 여러 측면에서 탐구해나갈 예정이다.
   2023-09-28 23: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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